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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주는 위로, 내가 키운 초록 친구들 이야기

by greenmoa 2025. 4. 20.

말이 없지만 마음을 채워주는 존재들에 대하여

나는 요즘도 아침마다 작은 초록 식물에게 “안녕?” 하고 인사를 건넨다.
식물이 대답을 해주진 않지만, 그 존재만으로도 내 하루는 조금 더 따뜻해진다.

첫 번째 반려식물 스투키, 초록이


1. 나의 첫 반려식물, 이름은 '초록이'

처음 반려식물을 들인 건, 코로나로 모든 것이 느려졌던 어느 날이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자꾸만 마음이 뒤척일 때
문득 '창가에 식물이 있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처음 만난 반려식물은 작고 귀여운 스투키였다.
너무 작고 마른 느낌이어서 별 기대 없이 데려왔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초록빛이 진해지고
마치 나를 위해 조용히 자라고 있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초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때부터였다. 매일 물 줄 시간, 햇살 확인, 잎에 먼지 닦아주기...
내가 무언가를 돌보고 있다는 그 감각이,
오히려 나 자신을 돌보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2. 식물은 내 하루의 리듬을 만들어준다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창문을 열고, 식물에게 빛이 잘 들어오는지 확인한다.
햇빛이 부족한 날에는 화분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준다.
주말이 되면 흙이 촉촉한지 손가락으로 살짝 눌러보며 물을 줄지 말지 고민한다.

이런 사소한 루틴이 생긴 이후로, 내 하루에는 리듬과 쉼표가 생겼다.
조급하게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도
식물을 바라보는 그 몇 분 동안은 마음이 고요해진다.


3.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식물도 바뀐다

봄에는 새잎이 올라온다.
초록이의 줄기 끝에서 아주 작고 연한 초록이 피어나면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마치 나도 새로운 계절을 함께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여름엔 햇살이 강해져서 커튼을 조절하고,
가을엔 환기와 함께 잎의 색을 더 자주 살핀다.
겨울엔 물을 덜 주고, 잎 끝이 마르지 않도록 더 자주 들여다보게 된다.

식물은 말 없이 계절을 보여준다.
그 속에서 나는 자연의 흐름을 조금씩 더 가까이 느낀다.


4. 이름 붙이고 말을 거는 습관

요즘은 새로 들인 식물들에게 꼭 이름을 붙여준다.
몬스테라는 ‘몬이’, 아이비는 ‘이비’, 고무나무는 ‘무무’라고 부른다.
누군가에게는 유치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정서적 연결이다.

가끔은 말을 건다.
“오늘 좀 처졌네? 무슨 일 있어?”
“새 잎 나온 거 봤어? 너무 예쁘다!”

물론 아무런 대답은 없다.
그저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순간들 속에서 위로와 여유를 느낀다.


5. 내게 식물이란, 조용한 친구 같은 존재

사람처럼 울지도 웃지도 않고,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조용히 있어주는 존재.
식물은 내가 너무 지쳤을 땐 말없이 기다려주고,
내가 기운이 돌아왔을 땐 새잎으로 반겨준다.

특별한 존재감을 내세우지 않지만,
그저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존재.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 마무리하며

식물은 나에게 ‘위로’를 가르쳐 준 존재다.
무언가를 돌본다는 건 나를 돌보는 일이고,
매일 같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조금씩 변해가는 그 모습은
인생의 흐름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법을 알려준다.

오늘도 초록이에게 물을 주며 생각한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거구나."